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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작은 것에 대한 사랑’ 의미는불우하고 소외된 작은 이들에 대한 배려 담아
오건호 기자  |  11111qwe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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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8.15  07:4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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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작은 한국 차를 타고 싶다”

지난 6월 30일 한국 천주교 교황방한준비위원회를 통해 전해진 프란치스코 교황의 한마디가 언론매체를 들썩이게 했다. 전 세계 12억 가톨릭 인구를 대표하는 인물이면서도 취임 직후부터 ‘작은 것’들을 택하며 청빈한 삶을 실천하고 있는 교황. 한국 방문에서도 일반의 예상을 뛰어넘어 소박하면서도 방문국을 최대한 배려하는 선택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교황이 몸소 실천하고 있는 ‘작은 것에 대한 사랑’의 의미는 중의적이다. 말 그대로 규모와 크기가 작고 어린 것에 대한 사랑에서 출발해 신약성경 복음서에 언급되는 ‘작은 이들’, 곧 불우하고 소외되고 보잘것없는 존재들과 소박하고 견실한 삶에 대한 사랑을 포괄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작은 것 사랑’에 숨어있는 가치들을 살펴본다.

교황궁 대신 게스트하우스에 머물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3월 즉위 직후, 교황관저 대신 교황 선거(콘클라베)를 위해 머물던 게스트하우스 ‘성녀 마르타의 집’을 거처로 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역대 교황들이 교황 관저(apostolic palace: 교황궁)에 머물던 110년 바티칸 관행을 깬 것으로, 추기경 시절의 검소한 생활을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같은 해 6월 7일 교황은 이탈리아의 예수회 학교 학생들의 만난 자리에서 “왜 마르타의 집에 사느냐”는 질문을 받고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사람들 사이에서 사람들과 함께 살아야 한다. 사람들과 떨어져 고립된 채 사는 것은 내게 좋지 않다.”

결국 신자들과 직접 만나 소박한 삶을 실천하고 신앙을 전파하려는 의지가 교황관저 대신 소박한 게스트하우스 숙소를 선택한 배경인 셈이다.

성녀 마르타의 집은 1891년 바티칸 인근에 콜레라가 창궐하자 당시 레오 13세 교황이 병자들을 돌보기 위해 호스피스 병동으로 설치한 건물이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엔 전쟁을 피해 온 망명자와 유대인, 이탈리아와 외교관계가 끊어진 나라 외교관들의 피신처로 이용됐으며 1996년 요한 바오로 2세 시대에 게스트하우스로 이용하기 위해 개축됐다.

주행거리 30만km 중고 소형차를 운전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행거리 30만km의 오래된 중고 소형차.(사진=저작권자 (c) AP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프란치스코 교황의 주행거리 30만km의 오래된 중고 소형차.(사진=저작권자 (c) AP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3년 9월 7일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탈리아의 한 신부에게서 출고된 뒤 20년이 지난 소형차를 선물 받았다. 영국 BBC는 교황의 검소함에 감동한 렌초 초카 신부가 교황에게 자신이 몰던 흰색 르노4를 선물했다고 전했다.

르노4는 교황이 아르헨티나에 머물던 시절 몰고 다닌 모델로 현재는 단종된 차종. 선물 받은 차의 주행거리는 30만 km로 알려졌다.

초카 신부는 이탈리아 잡지 ‘파밀리아 크리스티아나’와의 인터뷰에서 “평소 ‘낮은 데로 임하겠다’는 교황을 존경해왔다”며 “마땅한 선물을 고민하던 차에 20년간 함께한 ‘르노4’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교황은 초카 신부에게서 자동차 열쇠를 넘겨받고 그 자리에서 직접 운전을 하며 즐거워했다. BBC는 “근처에 있던 경호원들이 직접 운전하는 교황을 보고 긴장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같은 해 7월 바티칸을 순례하러 온 신부들과 가진 세미나에서 “사제나 수녀들이 새 차를 가진 것을 보면 마음이 불편하다”며 “자동차가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사제 여러분은 더 많이 봉사하고 많이 움직이되 검소한 차를 갖기 바란다”고 밝힌 적도 있었다.

낡은 십자가와 재활용 반지, 바티칸을 바꾸다

2013년 3월 13일 저녁 프란치스코 교황이 첫 강복을 위해 성 베드로 성당 발코니에 나타났을 때, 그의 목에 걸린 십자가(pectorial cross)는 새 교황을 위해 만든 금 십자가가 아닌 낡은 철제 십자가였다. 주교 시절부터 쓰던 철제 십자가를 교황은 지금까지 쓰고 있다.

교황의 옥새로 불리는 어부의 반지(Fisherman's Ring)는 새 교황이 즉위하면 금으로 새로 제작된다. 이후 선종하거나 사임할 때까지 공식 문서에 서명 날인할 때 사용하거나 수많은 신도의 입맞춤을 받으며 교황과 함께한다.

교황이 어부의 반지를 받는 것은 초대 교황인 베드로의 직업이 어부였던 데서 비롯된 것으로, 베드로의 후계자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어부의 반지를 새로 만들지 않고, 바오로 6세(1963-1978 재임)를 위해 디자인됐으나 채택되지 않은 주조틀을 재활용해 만든 반지를 선택했다. 그것도 관례에 따른 금반지가 아니라, 금으로 도금한 은반지였다.

작은 신의 아이들을 위하여

 

프란치스코 교황이 안아준 아이가 교황의 모자를 벗기는 모습.(사진=저작권자 (c) AP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프란치스코 교황이 안아준 아이가 교황의 모자를 벗기는 모습.(사진=저작권자 (c) AP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프란치스코 교황은 취임 직후부터 가난하고 소외되고 불우한 이웃들에 대한 관심을 말이 아닌 행동으로 촉구해왔다. 2013년 12월 17일 아침 교황 즉위 후 맞은 첫 생일 아침상에 동유럽 출신 노숙인 세 명을 초청해 생일상을 함께 나눈 일화는 유명하다.

교황은 또 “명목상 국제적 보호를 받는다는 난민들이 어떤 경우에는 인간의 존엄성을 가질 기회조차 없이 가난하고 아주 열악한 상황에서 살고 있다”며 “로마는 난민들이 인간의 영역을 되찾고 다시 웃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도시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난민들이 다양한 인종, 종교, 국적으로 구성된 것에 대해 ‘다양성은 선물’이라고 지적하면서 “풍부함은 환영할 일이지 두려워할 일은 아니다”라며 이민족에 대한 배타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새 추기경도 작은 나라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올해 1월 12일 처음으로 임명한 추기경들의 명단은 ‘주변부에 대한 관심’을 보여준다. 아프리카의 소국 부르키나파소, 중미 카리브해의 아이티가 처음으로 추기경을 배출한 것이다. 필리페 나켈렌투바 우에드라오고 와가두구 대주교, 치블리 랑글루아 레카이 주교가 그 주인공이다.

작고 가난한 나라의 주교를 추기경으로 임명한 교황의 결정은 극빈지역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교황이 참가인원이 2000명에 불과한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 참석을 결정한 것도 ‘작은’ 교회를 사랑하고 지지하는 면모를 엿보게 한다.

오는 13일 대전교구에서 개막하는 제6회 아시아청년대회는 대회 역사상 최초로 교황이 방문하는 기록을 남기게 됐다. 역대 교황들은 세계청년대회에만 참석해 왔으며 2013년 브라질 세계청년대회에는 300만 명이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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