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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신한 선열의 피와 땀에 보답하는 길!"
조성호 칼럼리스트  |  koreaprt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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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9.11  01:5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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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의 흔적…잔재 청산만이 헌신한 선열의 피와 땀에 보답하는 길!”

올해는 광복 71주년이 되는 해이다. 일제강점기를 수모와 인고의 세월을 견디고 선열들의 끊임없는 나라의 독립에 대한 노력이 가져온 결과이다.

내년은 일제강점기 점령기 36년의 두 배인 광복72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우리사회 곳곳에 일제의 잔재가 청산되지 못하고 남아있는 게 현실이다. 일제강점기에 우리나라 국민들과 사회전반에 미친 영향은 아직도 우리 사회 곳곳에 배어있다.

‘을씨년스럽다’란 말이 있다, 날씨가 춥고 어수선할 때 쓰는 말이다. 을씨년은 1905년 을사년에서 나온 말이다. 우리나라의 외교권을 일본에 빼앗긴 을사조약으로 이미 일본의 속국이 된 것이나 다름없었던 당시, 온 나라가 침통하고 비장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 일제강점기 부산역사

나라의 백성들이 조약이 체결된 1905년 11월 17일 이후로 몹시 침통하고 쓸쓸하고 어수선한 날을 맞으며 그 분위기가 마치 을사년과 같다고 해서 ‘을사년스럽다’는 표현을 쓰게 된 것이다. 직접 보지 않아도 그날의 치욕과 울분으로 분위기가 어떠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다.

그동안 일제강점기의 잔재청산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바 있고 그 성과도 적지 않다. 창씨개명으로 사라졌던 우리 성씨와 같이 예전의 성씨로 거의 완전히 복귀를 한 분야도 있지만, 생활언어나 지명에서는 아직도 일제의 잔재를 완전히 지우지 못한 부분도 엄연히 남아있다.

많은 잔재들 중 특히, 지명은 일제가 식민지 지배의 편의를 위해 행정구역 명칭을 만들 때 우리 고유의 지명을 의도적으로 버렸거나 행정편의에 의해 일방적으로 이름 지은 것이 많다. 

일본 주민들이 사는 행정기관 소재지는 '본정, '본동, 본리' 하고 '본(本)'자를 쓰거나 '중앙동'처럼 '중앙'을 사용했으며, 그곳을 중심으로 '남일, 남이, 북일, 북이' 등으로 이름 짓거나 고유의 지명을 제한적으로 이용해 '죽일, 죽이, 죽삼'이라고 구분한 것이 발음상 좋지 않으므로 '일죽, 이죽, 삼죽'으로 바꾸는 등 우리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명칭이 많이 만들어졌던 것이다. 이러한 일제의 잔재는 전국 도시 명 곳곳에 아직도 그 흔적을 남기고 있다.

전국적으로 서울시와 6대 광역시의 자치구 이름 가운데는 동서남북 방위 개념에서 따온 이름들이 많다. 중구와 동구가 각 6곳, 서구와 남구가 각 5곳, 북구가 4곳 등에서 사용되고 있다. 서울의 중구, 부산의 중구, 서구, 동구, 남구, 북구, 강서구. 대구의 중구, 남구, 북구, 동구, 서구, 인천의 중구, 동구, 서구, 남구. 광주의 동구, 서구, 남구, 북구. 대전의 동구, 중구, 서구. 울산의 중구, 남구, 동구, 북구 등이다.

1968년 전국에 구(區) 제도가 시행될 당시 지역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구 이름을 정한 탓에 '동명이인'과 같은 상황이 여러 곳에서 벌어졌다. 다행히도 최근 인천광역시가 동·서·남·북 방위개념의 '구(區)' 명칭을 바꾸는 작업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특히 행정구역 명칭 변경은 통폐합이나 분구가 아닌 지자체가 자발적으로 추진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인천시는 지난해 12월 동구, 남구, 서구와 '자치구 명칭 변경 공동선언문'을 발표하고 이름 교체작업에 착수했다. 이들 자치구는 과거 행정편의에 의해 단순히 방위개념에 따라 정해졌던 구 명칭을 역사성과 정체성, 주민정서 등을 반영한 명칭으로 변경하는 것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우선 올해 남구와 동구부터 구 명칭변경을 추진하고, 서구는 주민 공감대 형성 등 기반여건을 갖춘 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한다. 현재 남구의 새 이름으로는 '문학구' 또는 '미추홀구', 동구는 '화도구' 또는 '송현구' 등이 거론되고 있다. 모두 각 지역의 역사성과 고유성을 부각시킨 명칭들이다.

교육계에서도 일제 잔재가 담긴 명칭을 고쳐야 한다는 의견은 많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은 초·중·고교에서 쓰이고 있는 이런 학교 이름을 모두 바꾸겠다고 밝혔다. 바로 ‘중앙’과 ‘동(東)·서(西)·남(南)·북(北)’을 뜻하는 방위나 ‘제일(第一)’과 같은 서열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이렇게 방위나 서열이 들어간 학교 이름이 꽤 많다. 제일중고, 중앙중고, 중앙초, 남초등학교, 서초등학교, 북중학교 등 이들 학교 이름에 공통점이 있다. 방위나 서열이 들어간 학교이름의 유래에 '불편한 사실'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최근 학교 이름에 방위나 서열이 들어간 유래를 조사했다. 향토문화 학자들의 소견과 역사 문헌 등을 종합해본 결과, 일제강점기의 잔재라는 결론을 내렸다. ‘제일(第一)’처럼 서열을 나타내는 수사는 말 그대로 일본식 표현이고, 방위를 넣은 것도 일제가 식민통치를 쉽게 하려고 행정편의상 넣었다고 설명한다.

무엇보다도 한국인이 다니는 학교와 일본인만 다니는 학교를 철저히 구분하려는 목적이 더 강했다. 일제 강점기 시절에 일본인만 다니는 학교에는 ‘동(東)’이나 ‘중앙’의 방위를 붙였다. 반면 서(西), 남(南), 북(北)이 붙는 학교는 한국인이 다니는 곳이었다. 방위상 동쪽이나 중앙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제가 학교 이름에서부터 한국인에 비해 우월하다는 점을 드러내려 했던 것 같다.

우리 민족은 역사적으로 수많은 역경을 겪으면서도 나라와 민족을 지켜온 것은 국민정신이 살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가 일제의 잔재를 철저히 찾아내어 청산해야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언어부터 문화까지 아직 지워지지 않은 ‘일제 잔재 명칭’을 어떻게 하는 게 좋을지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일제강점기는 우리의 뼈아픈 역사이자 우리가 두 번 다시 겪어서는 안 될 역사이다.

뼈저린 역사의 교훈을 잊으면 미래가 없다는 말이 있다. 조금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사회 각 분야의 일제의 잔재를 찾아 청산하는 것이 우리 후손에게 남겨진 과제이고, 나라의 독립을 위하여 헌신한 선열들의 피와 땀에 보답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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