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OOM IN] 덕치는 가고 법치가 다가오나

최철원 논설위원 / 기사승인 : 2019-03-04 14:5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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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철원 논설위원

[일요주간 = 최철원 논설위원] 자기 그릇이 아니고는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여우와 두루미의 우화처럼 환경이 다른 사람끼리 자기 언어 아니고는 대화가 여간 어렵지 않다. 가장 두드러진 예를 든다면 지금 정치권에서 518민주화운동 폄훼에 관한 법률제정 놓고 벌어지고 있는 자기 그릇 찾기를 들 수 있다. 현시대, 5.18민주화운동은 성역이고 꺼내지도 마 시대다. 이 문제의 근간에는 정치권 당사자들이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시각과 정치적 관계가 놓여있어 논란이 발생한다.

역사는 앞으로 흘러가는 것이지 뒤로 되돌아가지 않는다. 지금 여·야 정치권은 지난날을 불러와 법이라는 잣대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다시 정치 쟁점화된 광주민주화운동과 관련해 현 사회 일부 사람들의 왜곡된 현상을 바로 잡겠다며 더블어민주당과 야 3당이 지난 2월 22일 발의한 5.18 민주화운동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망언 처벌법)은 민주화운동을 부인·비방 유포한 자를 7년 이하의 징역이나 7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게 골자다. 5.18민주화 운동에 관한 말을 꺼내는 자들에 아예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이에 뒤질세라 한국당도 6.25 전쟁 왜곡방지법을 발의했다. 6.25 전쟁의 남침을 부정하거나 비방·왜곡 한 사람을 강력히 처벌한다는 내용으로 지난 22일 발의한 5.18 왜곡 처벌 특별 법안에 맞서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이를 두고 지난 과거를 논하는 현재 사람들을 처벌하겠다는 법안이 옳은지를 두고 갑론을박이다.

지금처럼 정치가 거의 무제한으로 사람의 삶에 개입하는 상황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정치적인 것을 피해갈 수 없게 되어 있다. 그게 현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의 불행이며 참 무서운 세상에 살고 있다. 대화로 풀어도 되는 문제를 꼭 힘으로 싸워 상대방을 누르겠다는, 정치권에 확고한 의지가 엿보인다. 이른바 덕치 시대는 가고 법치 시대가 오고 있다.

리얼미터가 최근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총 5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서 역사부정처벌법을 제정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56.6%가 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지난 2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민주당 주최로 열린 '5.18 망언 어떻게 처벌할 것인가'라는 토론회 참가자들은 역사 왜곡 행위 처벌의 정당성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표했다.

김재윤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518민주화운동 부정이 독일의 홀로코스트 부인 처벌법처럼 별도 처벌 규정을 마련해 형법적인 규제가 타당하다며 5.18 유공자법의 벌칙 규정 신설을 제안했다. 5.18 부정도 법적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한상희 건국대 대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발언 자체를 처벌 대상으로 할 것인지 시정명령 후 미이행 시 처벌ᆞ행정 조치를 할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518민주화운동 부정을 처벌한다면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업적 부정도 처벌하자는 주장이 대두할 수 있다며 표현의 자유 위축을 우려했다. 그는 교육과 자율규제 등 비형사적 규제가 근본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현 사회 구성원들은 같은 사안에 대해 다양한 입장을 가질 수 있다. 자유민주주의 하에서 나와 다른 생각을 처벌하겠다는 것은 과한 것이다. 벌칙 규정이 잘못되고 고장 난 시스템을 바로 세우는 게 아니라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들을 겨냥할 때 이 사회는 사화(士禍) 사회의 시대가 된다. 송나라 문인 소동파는 과호인 부실위군자 "과호인 부실위군자 과호의 즉류이입어인인" (過乎仁 不失爲君子 過乎義 則流而入於忍人) "인자함은 지나쳐도 화가 되지 않지만 올바름이 지나치면 잔인하게 된다."고 했다. 세상사 모든 일에 법치 만능이라는 잣대로의 사회는 법대로 라는 옷을 입은 또 다른 독재의 사회다.

3.1 함성 100주년이다. 우리는 제 이득에 눈먼 좀스러운 논쟁들 다 치우고 잘못된 편향, 편견은 원래 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옳다. 지난 아픈 역사까지 시시콜콜 다 꺼내 정치 쟁점화하여 정치적 이익을 보려는 정치권은 무엇이 국민 모두를 위한 것인가를 되짚어 보아야 한다. 5.18민주화운동은 국민 다수가 옳다고 생각한다. 이 문제를 소수 몇몇의 사람들을 처벌하기 위해 법을 제정한다면 문제가 더 꼬인다. 입법할 때는 법규 위반이라는 잘못을 처벌하려는 것보다 앞으로 다가올 선의 크기를 보는 혜안이 있어야 된다.

무난히 타결되리라 믿었던 북·미 정상회담이 빈손으로 끝났다. 지금 정치인들은 급변하여 요동치는 문제를 헤쳐나갈 앞은 안 보고 뒤만 돌아보느라 정착 발등에 떨어진 불은 못 보면 어쩌는가? 타협하고 화합하는 포용의 덕치 시대는 가고 삭막하고 차가운 법대로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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