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不請客) 미세먼지의 공포

남해진 논설주간 / 기사승인 : 2019-03-18 16:3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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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홧가루 날리는 /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 산지기 외딴집 / 눈먼 처녀사 /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 /

익히 아는 박목월 시인의 ‘윤사월’이다. 보릿고개 힘들었어도 그즈음에는 청향한 무공해 봄볕이 있었다.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지만 봄 같지가 않은 이즈음이다. 온 강토를 뒤덮고도 넘치는 불청객 미세먼지 때문이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입자가 작은 먼지’를 미세먼지라 한다. 마이크로미터(㎛)는 1/1000㎜ 단위인데, 미세먼지는 머리카락 굵기(지름이 50~70㎛)의 1/10 정도인 10㎛(10PM) 크기이며, 미세먼지의 1/4 수준인 2.5㎛(2.5PM) 크기의 먼지를 초미세먼지라 한다.

미세먼지는 각종 중금속과 발암물질이 함유된 독성물질로 인체에 미치는 영향력이 치명적이다. 기대수명을 단축하는 요인으로 미세먼지가 흡연, 음주·약물중독, 교통사고, 에이즈, 테러를 앞지르며 가장 위험한 환경 재해로 분류된다. 세계보건기구(WTO)는 미세먼지 영향으로 연간 700만 명의 인류가 기대수명보다 일찍 숨진다고 한다.

1952년 12월 4일, 최악의 산업 재해인 ‘런던 스모그 사건’이 발생했다. 석탄 연료가 내뿜는 아황산가스와 런던 안개가 결합한 공기의 흡입으로 3주만에 호흡 장애와 질식에 의해 4,000여 명이 죽었고, 그 뒤 만성 폐 질환으로 8,000여 명이 더 죽었다. 이에 영국은 1956년 ‘대기 오염 청정법’을 제정하였다.

프랑스의 경우, 당시 미세먼지 농도가 14㎍(마이크로그램·100만 분의 1g)이었던 파리는 2014년부터 3년 동안 차량 2부제를 실시했고, 중국은 2013년부터 대기오염방지 5개년 계획을 세워 270조 원의 예산을 투입하면서 미세먼지를 43%나 줄였다고 주장한다.

2015년 우리 정부는 초미세먼지 공식 측정을 시작했고, 2017년 9월 27일 환경부 등 12개 관련 부처가 합동하여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을 확정했다. 2022년까지 7조 2,000억 원을 투입하여 미세먼지를 30% 줄이고, 2016년의 미세먼지 나쁨(현행 50㎍/㎡ 초과) 258일‘을 2022년에는 ‘78일’로 줄일 것이라는 기대치도 발표했다.

중국과 인도가 OECD 가입국이 아니라 집계에서는 빠졌지만, 한국은 OECD 32개국 가운데 미세먼지가 칠레 다음이며, ‘안성’을 비롯한 44개 도시가 OECD 초미세먼지 100대 도시에 들어있다는 것은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다.

아주대 연구팀의 2018년 논문에 의하면, 지난해 한반도 공기는 중국에서 39%, 북한에서 31%, 일본에서 22% 유입되었다고 한다. 90% 이상 석탄과 장작이 가정 난방 연료인 북한의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연 28만 톤으로 남한의 2.7배이며, 수도권 초미세먼지의 14.7%를 차지하고 미세먼지도 20~30%에 달한다.

한국의 총 석탄 발전량은 78기 발전소에 37GW에 불과한데, 중국은 작년에 새로 석탄발전소를 78기 가동하면서 총 2927기(982GW)가 되었고, 앞으로 464기(259GW)를 더 세울 것이라 한다. 이 신규 석탄 화력발전소 상당수가 서해에 접한 중국 동부에 집중적으로 건설되고 있다고 한다. 중국으로부터 날아오는 엄청난 미세먼지와 치명적 피해 정도를 충분히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주변을 둘러싼 나라들의 산업 구조와 환경 영향에 크게 좌우되는 미세먼지 문제는 우리 자체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 지난 2월 중국 베이징에서 한·중 환경 장관회의가 있었지만, 오리발 내밀며 네 탓을 앞세우는 모양새로 보아 해결을 위한 진행과 협상이 그리 녹록하지는 않을 것이다. 향후 중국·일본·북한과의 충분히 외교 마찰로 비화할 수 있어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다.

우리가 벤치마킹해야 할 한 실례가 있다. 1990년대 이후 싱가포르는 주기적으로 뒤덮는 헤이즈(haze)라는 연무(煙霧)에 시달렸다. 경작지 개발을 위해 인도네시아가 열대림에 불을 지르는데, 그때 발생한 연기가 주원인이었다. 오랫동안 외교 갈등을 겪으면서 인구 600만 명의 싱가포르는 2014년 ‘초(超) 국경 미세 먼지법’을 제정하고 2억 7,000만 명의 거국 인도네시아에 맞서게 된다.

이후 싱가포르는 이웃 국가들과의 협력과 유엔을 통해 지속해서 인도네시아를 압박하면서 역으로 인도네시아에 대해 지원도 했다. 이런 노력으로 마침내 인도네시아의 변화와 협력을 끌어내게 되었으며, 지금은 미세먼지의 공포에서 벗어나 맑은 공기를 맘껏 누리게 되었다.

우리나라의 KWh당 발전 단가는 석탄이 LNG의 절반 가격으로 그 비중이 높은 편이며, 발전량의 의존은 2016년에 석탄이 40%, 원자력 30%, LNG 22%였다. 그러나 2018년엔 각각 42%, 23%, 27%로 석탄과 LNG 비중은 증가하고 원자력은 감소했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과 맞물려 있는 까닭이다.

미세먼지가 건강권과 생존권 문제에까지 미치자 국회는 지난 13일 미세먼지 관련 법안 8개를 일괄 통과시켰다. 미세먼지를 ‘사회 재난’에 포함하고, ‘학교보건법’에 정화 설비를 의무화했으며, 중국과의 ‘공동 예보제’ 추진 등을 포함했다.

폐 질환에 그치지 않고 전신 질환으로 이어지는 미세먼지 공포로부터의 탈출이 화급한 현실이다. 생활 속에서 전 국민의 치열한

노력도 필요하겠지만,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있어서 탈원전이 아니라 미세먼지 제로의 원자력은 늘리고 석탄·LNG 비중은 점차 줄여가는 정책적 전환이 최우선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주변 국가와의 상호 협력 또한 중요한 관건이다. 미세먼지에 있어 우리에게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중국과의 공동 연구와 그 대책 수립에 중점을 두면서 외교적으로 해결하고, 이에 관해 일본·북한과의 원활한 협력도 끌어내어야 할 것이다.

 

◈ 남해진 논설주간 프로필

* (현) 한국도심연구소 / 소장

* (현) 박정희 대통령 현창사업회 /회장

* (현) 정수진흥회 수석부회장

* (전) 김범일 대구시장 정책협력 보좌관

* (전) 자민련 부대변인, 대구시당 대변인

* (전) 한나라당 대구시당 수석부대변인

* (전) 바른미래당 대구시당 / 수석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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