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식약처 '저온유통·대형 GP' 포기...살충제 계란 파동 잊었나

하수은 / 기사승인 : 2019-02-14 17:24:51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식품안전의약처 2016년 6월 대책 보고서에 담긴 선진국형 계란 보관·온도 기준 실종

[일요주간 = 하수은 기자] 지난해 살충제 계란 파동 이후 정부는 계란안전대책의 일환으로 계란 저온보관 온도 기준과 대규모 광역 선별·포장(GP)시설 지원 대책 시행 등을 내놓으며 소비자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에 나섰다. 하지만 올해 시행을 앞두고 있는 계란안전대책에서 이들 핵심 과제가 빠져 있어 ‘앙꼬없는 진빵’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는 선진국과 같이 계란안전을 위한 온도 기준(5℃~8℃)를 적용하지 않는 것은 물론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계란선별포장시설을 거쳐 유통되고 있는 계란이 일부에 불과하다는 문제점을 잘 알고도 온도기준과 대규모 광역GP 건립을 빼버렸다. 

▲지난 2017년 발생한 살충제 계란 파동 당시 한 시민단체가

'살충제 계란먹인 대한민국 전현직 책임자' 고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앞서 주무부처인 식품안전의약처(이하 식약처)가 2016년 6월 작성한 ‘계란 안전관리 종합대책’ 보고서에 따르면 세척 또는 장기보관된 계란의 경우 냉장상태(10℃ 이하)를 유지해 유통.판매돼야 하나 대부분 실온에서 유통.판매하고 있다면서 농가에서 세척후 냉장보관 정보를 제공하지 않아 판매상은 실온상태로 유통.판매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CJ, 풀무원 등 대형판매상의 경우도 일부는 세척계란을 실온으로 유통.판매하고 있다고 적시했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축산물위생관리법 시행규칙(영업자 준수사항)과 고시(보존.유통기준)을 개정해서 ▲산란일부터 10일 이내에 반드시 포장과 표시 완료 ▲5℃ 미만 보관금지(조리.가공용 제외) ▲세척 계란 냉장(5~10℃) 보관.유통 ▲냉장보관 계란 실온출하(판매) 금지 ▲유통기한은 산란일부터 28일 초과 금지 등을 골자로 한 계란 품질 및 안전을 위한 보존.유통기준 마련을 강조했다.

식약처는 당시 위생적인 세척, 검란.선별 및 포장 기능을 갖춘 전문유통시설이 부족한데다 기존 ‘식용란수집판매업’은 단순포장만을 해서 유통하는 형태가 대부분으로 전근대적 유통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뿐만 아니라 자체 검란.선별 능력 없이 자체 육안검사 또는 농가의 단순 선별에 의존해 포장.유통하는 영업자가 대부분으로 위생관리 수준이 저조한 상태라고 판단했다.

이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식약처는 축산물위생관리법과 시행령 등의 개정을 통해 도축장, 집유장에 준하는 GP설립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봤다.


아울러 대규모 광역 GP센터가 도입되면 소비자에게 위생적인 계란을 공급하는 것은 물론 계약생산을 통한 농가소득 안정과 계란 수급조절 활성화 같은 효과를 누릴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그 해 8월24일 농림축산식품부와 식약처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살충제 계란 파동 종식을 위한 향후 과제를 정했다. 여기에는 계란 보관온도 기준과 대형GP 신설은 언급되지 않았다.

이는 2년전 우리나라 계란 유통의 최대 문제점으로 꼽혀 온 온도관리 문제와 1일 50만개 이상을 처리하는 법인이 운영하는 대규모 광역 GP 또는 규모화한 전문유통시설 지원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던 식약처 보고서와 큰 차이를 보인다.

계란안전대책은 올해 시행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계란세척과 보관온도 기준은 나아지지 않았다. 신선란의 보관온도를 5℃~8℃로 유지하도록 한 규정은 사라졌고 5℃미만 저장을 금지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산란후 10일이내 포장, 28일이내 유통이라는 날짜 규제도 없다. 반면 최근 식약처의 계란안전대책은 물세척한 계란만 냉장유통을 하도록 정했다. 그런데 계란세척은 물세척 뿐만 아니라 붓과 공기로도 할 수 있게 돼 있다.

공기와 붓 세척을 해도 천연 코팅망인 큐티클층이 손상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는 여력이 절반으로 줄어들지만 신선도 유지를 위한 별다른 온도 기준없이 ‘가능한 15℃’란 느슨한 규정이 그대로 적용된다.

이렇다 보니 계란안전대책이 3년전으로 되돌아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식약처는 우리나라 계란안전이 어떻게 추진돼야 하는지 잘 알고 있음에도 왜 그것을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이와 관련해 중소규모 유통업체들은 비용을 이유로 계란안전대책에 반대입장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계란유통상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한국계란유통협회 역시 대규모 광역 GP설립에 대해 반대하는 행보로 소비자들의 건강과 안전은 뒷전인 채 안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는 언제까지 국민 안전보다 양계업자들의 눈치만 볼 것인가. 매번 유해식품 파동으로 소비자들은 공포에 떨고 있는데도 언제까지 소잃고 외양간도 못고치는 일을 반복할 것인지 정부 당국에 묻고 싶다.

[저작권자ⓒ 일요저널.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많이 본 기사

PHOTO NEWS